타자연습 문장연습 덕혜옹주 시니리오 3.

#9. 창덕궁, 관물헌 거실, 1925년 (낮)
 
눈 감은 채 묵념을 하고 있는 덕혜의 얼굴. 생기 있게 자란 소녀의 모습이다.
정성스레 봉안된 고종의 어진.
고개 숙인 덕혜 너머로 향이 피어오른다.
 
자막> 1925년, 창덕궁 관물헌
 
눈을 떠 어진 속 고종의 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꼭 깨무는 덕혜.
이때 궁녀 하나가 조심스레 다가와 입을 연다.
 
복순      아기씨, 장한 도련님께서 찾아오셨는데요.
 
자막> 덕혜의 전속 궁녀, 허복순
 
(cut to)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을 만지고 있는 장한의 손.
장한이 관물헌 한편에 놓인 피아노를 구경하고 있다.
 
off/덕혜   잘 지냈나요?
장한        (놀라 일어나며) 안녕하셨습니까, 마마.
              전에 빌려주신 책을 돌려드리러 왔습니다.
덕혜        통 기별이 없으시길래 절 잊으신 줄 알았습니다.
 
빙긋이 웃으며 다가오는 덕혜를 보며 얼굴이 붉어지는 장한.
피아노 앞으로 와 앉는 덕혜. 곁에 선 장한에게.
 
덕혜      쳐 보시겠어요?
장한      (당황)...
덕혜      괜찮습니다. 앉아 보세요.
 
조심스레 덕혜 곁에 앉는 장한.
덕혜, 직접 그린 악보를 가리키며.
 
덕혜    (미소 지으며) 제가 만든 곡이랍니다. 따라해 보세요.
 
덕혜가 가르쳐 주는 대로 건반을 눌러 보는 장한.
서툰 솜씨로 연주에 집중한다.
신중한 표정의 장한을 한동안 빤히 바라보는 덕혜.
 
덕혜      잘 생기셨어요.
장한      (당황)...?
 
관물헌 밖에서 이를 바라보며 좋아하는 복순.
서투르게 연주되는 피아노 소리가 관물헌을 가득 메운다.
 
#10. 창덕궁 관물헌, 덕혜방 [낮]
 
책상 위에 널려 있는 동요 악보들이 보인다.
노래 가락을 흥얼거리며 악보들을 정성들여 챙기는 덕혜.
그때 복순이 기모노를 들고 들어온다.
 
복순    한택수 고문이 오늘 행사에 꼭 입고 오시라 보내온 모양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그냥 확 불태워버릴까요?
덕혜     흠...(생각에 잠겨 있다가) 아니다. 입으라 하면, 입자!
 
#11. 경성 보육원 앞 (낮)
 
insert - 덕혜를 싣고 보육원을 향해 들어가는 차.
 
보육원 앞. 덕혜의 방문을 기다리며 들떠있는 장사진.
기모노를 입은 복순이 차에서 내리고, 이어 세련된 양장 차림의 덕혜가 모습을 드러내자
열띤 환호가 터져 나온다. 덕혜에게 한꺼번에 몰려드는 기자들, 사진 촬영 후 자리를 옮기는 덕혜를
놓치지 않고 따라간다. 미리 나와 덕혜를 기다리고 있던 한택수, 기모노를 입고 온 복순을 보고
표정이 일그러진다. 보란 듯이 나란히 걸으며 웃는 덕혜와 복순.
 
복순        거 되게 불편한 옷이네요.
              거적때기 두른 거 같아서 당최 입은 건지 벗은 건지..
덕혜        (웃으며) 조금만 참거라.
 
두 눈을 부릅뜬 한택수를 외면하고 지나치는 덕혜.
한택수, 기자들 사이로 들어와 덕혜와 복순의 앞을 막아선다.
 
한택수      (복순을 차갑세 노려보며)
               옹주님, 어찌 이러실 수 있습니까. 중요한 행사인 만큼
              보는 눈이 많습니다. 예우를 갖추셔야지요.
덕혜         진정 이 옷을 내게 입으라 보내신 겁니까.
한택수       ...?
덕혜         말씀해 보시오. 감히 날더러 일본 옷을 입고
              아이들 앞에 나서라고 한 것이냔 말이오.
             이것이 이 나라 옹주인 나에 대한 예우입니까?
 
덕혜의 당당한 태도에 잠시 말문이 막힌 한택수.
덕혜, 한택수를 지나쳐 외국인 선교사들과 함께 서 있는 보육원 아이들에게 다가가며
미소 짓는다. 손 흔들며 걸어가는 덕혜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한택수.
'와! 옹주마마다!' 우르르 덕혜에게 달려가는 아이들.
주변에서 구경하던 어른들도 덕혜를 향해 몰려든다.
이를 둘러싸고 사진을 찍기 시작하는 기자들.
 
기자1        옹주님, 여기 보고 웃어주세요!
기자2        이쪽입니다! 이쪽도 봐 주세요!
사람1       옹주님은 우리 대한제국의 희망입니다!
사람들       옹주님! 옹주님!
 
환호하는 사람들을 친절히 반기는 덕혜. 몇몇 사람들이 눈물을 글썽인다.
환한 미소의 덕혜를 노려보는 한택수.
 
(cut to)
보육원 마당. 풍금 앞에 앉은 덕혜의 곁을 외국인 선교사들과
보육원 아이들이 둘러싸고 있다. 덕혜가 직접 챙겨 온 그림 악보를 나누어 들고 있는 아이들.
 
덕혜        이번엔 누가 제일 크게 부르나 볼 거예요. 하나 , 둘 , 셋!
 
활짝 웃으며 풍금을 연주하는 덕혜. 복순도 아이들 틈에 섞여 흥을 띄우며
밗은 모습으로 노래를 따라 부른다.
 
#12. 조선총독부, 총독실 (낮)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의 총독실 안.
각종 신문들이 펼쳐져 있는 테이블에 둘러앉은 심각한 표정의 일본 관료들.
 
사이토       (일어)  옹주마마께서 경성 보육원을 방문, 한글 교육을 장려하셨다.
                직접 지은 한글 동요를 불러주시는 옹주님,
                조선의 희망 덕혜 옹주님.
 
자리에서 일어나 걸으며 덕혜에 대한 내용으로 도배된 신문들의
머리기사를 큰소리를 읽는 사이토.
 
자막> 제 3대 조선총독, 사이토 마코토
 
총독실 한편에 무릎 꿇고 있는 한택수의 머리를 신문지로 내려치며.
 
사이토         (일) 버러지 같은 놈. 내선일체를 장려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더니.
                  새파랗게 어린 옹주한테 도리어 개망신을 당해?
한택수         (일) .. 죄송합니다.
관료1          (일) 옹주를 구심점으로 조선인들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지 않소.
                  나주에서 소작농 일만 명이 소동을 일으킨 것이 불과 며칠 전이요.
관료2           (일) (주변의 동의 구하듯) 더 귀찮아지기 전에 조용히 처리해야 합니다.
 
한택수에게 쏠리는 관료들의 눈총.
 
한택수       (일) .. 영친왕 때처럼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이토       (일) 진작에 그리 했어야지.
                 조선 왕족의 유일한 불씨나 다름없으니 확실하게 매듭짓도록 해라.
한택수        (일)....
 
이를 악물며 고개를 끄덕이는 한택수.
 
 
#13. 덕수궁, 함녕전 [밤]
 
양귀인         아니 되옵니다! 유학이라니요!
 
함녕전 안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한택수         옹주님은 대일본제국의 왕족이십니다.
                  황실학교에서 귀족교육을 받으실 나이가 되셨습니다.
양귀인         안됩니다. 유학은 허울 좋은 말 뿐이고 옹주님을 일본에 볼모로
                  잡아둘 심산 아닙니까?
한택수         양귀인이 끼어들 자리가 아닙니다.
                   (순종 보며) 견문을 넓힐 좋은 기회 아니겠습니까?
 
불편한 침묵이 감도는 테이블.
갑작스런 유학 얘기에 당황한 듯한 덕혜. 아무런 말이 없다.
한동안 한택수의 눈치를 보던 순종이 입을 연다.
 
순종          덕혜의 뜻은 어떠하냐?
 
자막> 대한제국 2대 황제 순종(고종의 장남)
 
양귀인       (순종을 보며) 전하! 어찌 옹주님께 뜻을 묻습니까?
                아니 되옵니다 ! 막으셔야 합니다, 전하!
한택수        양귀인을 밖으로 모셔라.
 
한택수의 명령에 양귀인이 밖으로 이끌려 간다.
 
양귀인      (처절하게) 전하,, 안 됩니다. 절대 안 됩니다.
덕혜         (양귀인이 나가자마자 침착하게) 전하, 저마저 일본에
               묶어두려는 것이 아닌가 염려됩니다.  영친왕 오라버니께서도
               지금껏 일본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한택수       (끼어들며) 영친왕께서는 일본 생활에 만족하고 계십니다.
순종          ....
덕혜         (고개를 저으며 완강하게) 아바마마께서 돌아가시기 전 저만은
              절대로 .. 절대로  조선을 떠나지 말라 하셨습니다.
              저는 가지 않겠습니다.
 
덕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한택수        양귀인이 어찌되든 상관이 없으신가 보군요.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는 덕혜. 선 채로 한택수에게.
 
덕혜          그게 무슨 말이오?
한택수       조선 총독부로부터 양귀인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단 뜻입니다.
덕혜          아바마마의 독살을 인정하는 꼴이군요.
               일본 놈들이 어머니마저 죽이려 한단 말입니까?
한택수       전하는 지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거절하실 경우,
               조선 왕가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는 것만 알아두십시오.
덕혜          ......
 
불편한 표정으로 덕혜의 시선을 피하는 순종.
 
한택수        옷을 다시 보내겠습니다. 이번에는 괜한 짓 마십시오.
 
분노에 치를 떠는 덕혜의 얼굴에서.